말씀묵상

[주보강론] 연중 제20주일 - 정의 없는 평화

0 4,201 2022.08.11 10:18

[연중 제20주일 주보강론]
 

정의(正義) 없는 평화(平和)

 

평화(平和)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이나 갈등이 없는 평온함의 상태를 의미한다. 인류가 목표로 하는 가장 완전한 상태이다. 평화는 적대감과 폭력이 없는 화합의 개념이다. 역사를 보면 많은 지도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평화 조약과 합의를 위하여 리더쉽을 발휘하였다. 이런 리더쉽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가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Hand in Hand)’ 가사처럼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살기 좋도록,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라고 하며, ‘세계는 하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평화의 목적을 평온함의 상태에만 초점을 맞추면 자칫 불의에 침묵하는 정의 없는 평화를 외치게 된다. 실제로 여러 국가나 사회 곳곳에서 인권유린, 파괴, 전쟁, 개발, 폭력 등 평화로 포장된 불의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루카 12, 51)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정의 없는 평화를 경계한다. 심지어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루카 12, 52-53)라고 하며 정의는 가정 분열이라는 비극을 감수하면서도 추구해야 할 가치임을 선포한다.

 

종교(宗敎)의 본래 뜻은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다. 서양 언어로는 ‘Religio(n)’라고 하는데 반복해서, 철저하게, 완전하게, 함께 등을 나타내는 ‘Re’매다, 합하다, 묶다, 연결하다등을 나타내는 ‘ligare’의 합성어이다. 직역하면 완전하게 묶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리스도교인들은 예수님께서 선포하고 살아가신 정의로 완전하게 묶여있어야 한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으뜸 가르침이다. 하지만 우리는 분열의 두려움 때문에 많이 침묵하고,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정의 없는 평화를 외치는 위선적 평화주의자가 되고 있다.

 

위선적 행동은 하느님께 속하는 것이 아니다. 일관된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복음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분열이라는 값을 치러야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인 복음을 증거하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이 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인간의 품위와 존엄이 잘 지켜지도록 하는 모든 일에 교회는 무관심할 수 없다. 교회는 세상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문제와 관련하여 정의가 실현되는지 끊임없이 살피고 호소하고 경고하는 예언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강우일 주교의 숲길 단상, P.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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