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2020. 10. 16] 친구 목사의 글

0 493 10.16 10:20

** 이 글은 저의 어릴적 친구인 김영진 목사님의 글입니다. 함께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오랜 친구이자 젊어서는 교회에서 반주봉사도 했던 사촌이 "나는 절대 교회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이번에 교회의 본색을 너무 적나라하게 봐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비수처럼 마음에 꽂히는 동시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교회를 수호하려는 이들이 오히려 교회를 망치고 있다는 슬픔이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을 보면 어느 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이야기가 나옵니다. 살해된 시신들은 하나같이 검지손가락과 혀끝이 시커멓게 변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누군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이라는 책 페이지 마다 독을 묻혀 놓았는데 젊은 수도사들이 몰래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그 책을 보다가 독에 감염이 된 것입니다. 결국 범행이 발각된 수도원의 노수도사 호르헤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도사는 웃으면 안된다 웃음은 두려움을 빼앗아가고 두려움이 없으면 하나님도 필요없게 된다"


이 말을 현대식으로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난 교회를 수호하기 위해 그랬다'일 것입니다. 교회를 자신들이 수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얘기하자면 교회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투철하면 투철할수록 교회는 망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교회를 사수하는 일이 아닙니다. 교회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께서 지키실 것입니다. 우리의 할 일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 사랑이,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난 뒤 교회를 재건할 것입니다

저는 그 길에 서 있어보려 합니다. 사랑하는 주께서 우리 민족과 교회에 긍휼을 베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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