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2021. 8. 31] 故 김명수 요셉 장례미사

0 9,628 2021.08.31 18:16

김명수 요셉 장례미사(2021. 8. 30, 월, 10시)


도두봉과 이호 해변이 보이는 도두항 방파제는 참 아름답습니다. 특히 해가 지는 일몰의 광경은 붉은 노을이 수채화처럼 물들어 장관을 펼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들은 많이 이곳을 찾습니다. 이곳에서 그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자신의 역사에 하나하나 써내려 갑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곳은 어느 가족에게 다시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의 장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안녕이라고 손을 흔들거나, 슬픔의 눈물을 흘리거나, 다시 만나자는 인사도 이곳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는 사랑의 장소였지만, 누구에게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만드는 아픔의 장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의 흔적을 새겨 가는 옆에서 한 영혼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들과 준비하지 않았고, 생각도 못했던 이별을 맞이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요셉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성경 필사를 하면서........전해지는 뉴스는.... 설마.... 요셉은 아니겠지요?.....라고 위안해 봅니다. 그러나 직감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뭔가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들리는 초인종 소리와 불청객의 방문은 아내는 응급실에 있는 요셉을 상상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라는 통보라 생각합니다. 이 방문은 결국 요셉의 죽음을 확인하라는 마지막 통보이고 절차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사고라는 단어로 죽음이라는 단어로 이 장면을 묘사하고 결론을 내렸지만, 사랑하는 요셉은 얼마나 살려고 몸부림쳤을까? 얼마나 살려고 절규했을까? 생각하니 가엾은 마음이 들어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헤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답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불교

인과응보 : 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가, 악을 행하면 악의 결과가 반드시 뒤따름

 

가톨릭

상선벌악 : 착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일.

 

종교마다 조금의 차이점은 있지만 죽음을 삶의 결과로 이해하려고 했고, 그래서 착하게 살도록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믿어왔던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산 것이 원인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저는 이별, 특히 영원한 헤어짐은 삶의 결과라기보다 사랑의 흔적을 확인하는 기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삶의 결과라고 단정하고 그에 집착하면 내가 왜? 내 남편이 왜? 내 아버지가 왜? 라는 물음에 갇혀 원망과 분노에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원망과 분노는 결국, 주님과 영원히 단절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가장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셨던 예수님의 이별을 묵상하면서 그분의 죽음은 인생의 허무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역사로 기억되었던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장례미사는 고인을 위하여 공동체의 마음을 모아 드리는 마지막 간구입니다. 단순한 장례를 위한 종교적 예식이 아닙니다. 두렵고 힘들고 다시 돌아 오지 못하는 길을 혼자 떠나는 요셉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 주님께서 동행하여 주시기를 간청하는 우리들의 간절한 마음의 기도입니다. 그래서 장례식은 살아 있는 자들의 종교와 상황에 얽혀서 살아 있는 자들의 방식으로 처리하여서는 안 됩니다. 그가 의지했던 신앙을 통하여 마지막 길을 두려움 없이 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그것이 떠나는 자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위안이며 평화입니다.

 

그리고 미사의 의미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기억은 용서와 화해입니다.

그분은 용서를 통하여 제자들의 새로운 삶을 펼쳐주셨고, 용서받은 제자들의 삶이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가족들도 우리들의 방식으로가 아니라 주님께서 보여주셨던 방식으로 이 미사를 통하여 풀리지 않았던 삶의 실타레와 매듭들을 풀고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 시간은 십자가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은총입니다.

 

둘째 기억은 사랑입니다.

주님은 헤어짐의 시간에서 당신께서 모든 이에게 베풀었던 사랑을 기억하고 기념하도록 하시며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기억을 매일 미사성제를 통하여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셉이 마지막으로 드리는 이 미사는 요셉의 사랑의 흔적을 아내와 아들로서 영원히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떠나는 자는 사랑의 아름다운 흔적을 마음에 담고 떠나고, 남아 있는 자는 부족했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고백하며 보내 드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요셉을 다시 건너오지 못할 강 건너편으로 보내야 합니다. 요셉을 보내면서 저의 마음에 맴도는 것은 붉은 노을입니다. 요셉의 마음은 사랑하는 마리아와 아들의 마음과 하나 되어 도두 포구의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도두 방파제에 잔잔히 울려 퍼질 것입니다.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면 슬픈 그대 얼굴 생각이나

고개 숙이네 눈물 흘러 아무 말 할 수가 없지만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그 세월 속에 잊어야 할 기억들이 다시 생각나면

눈 감아요! 소리 없이 그 이름 불러요!

아름다웠던 그대 모습 다시 볼 수 없는 것 알아요.

후회 없어 저 타는 노을 붉은 노을처럼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어데로 갔을까? 사랑하던 슬픈 그대 얼굴 보고 싶어!

깊은 사랑 후회 없어 저 타는 붉은 노을처럼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그 세월 속에 잊어야 할 기억들이 다시 생각나면

눈 감아요! 소리 없이 그 이름 불러요

아름다웠던 그대 모습 다시 볼 수 없는 것 알아요

후회 없어 저 타는 노을 붉은 노을처럼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주님! 붉은 노을과 함께 요셉을 기억하게 하시고요셉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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