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대림 제4주일 - 김석주 신부] 곰곰이 생각하라

0 10,013 2020.12.19 20:02

곰곰이 생각하라!

 

    불교 용어에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는데,  풀이를 하면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스스로가 돌려받는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항상 착하고 선하게 살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결코 이런 모습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선택하지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나와 관련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아주 많이 닥쳐옵니다.   우리는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지?,  내가 왜 두려움에 떨어야 할까?”라는 불평과 원망의 탄식들을 수없이 터트립니다.

 

    저는 어제 강론에서  행복해지는 것은 하느님과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선택하는 것입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그러면 나의 선택과 관련 없는 불안두려움’이 닥쳐올 때 이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게 될 것입니다.

 

   오늘(대림 제4주일)의 복음은 나의 선택과 관련 없는 불안두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아직 인생 경험이 많지 않은 16살의 순박한 시골 소녀 마리아를 통하여 듣게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불안과 두려움 중에 나와 관련이 없는 것들이 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 많습니다그러나 마리아의 경우는 우리의 처지와는 다릅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준비되지 않은 통보라는 것입니다.  즉 자업자득의 결과가 아닌 하느님의 일방적인 통보였기에 순박한 처녀의 두려움과 불안감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마리아는 우리와 다른 태도로 응답을 합니다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루카 1,28)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루카 1,30) 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에 몹시 놀랐지만,   그 인사말의 의미를  곰곰이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생각할 때 나의 편에서(나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런데 루카 복음사가의  곰곰이라는 표현은  이리저리 헤아리며 깊이 생각하는 상태(다음, 어학사전) 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여러 가지 상황에서 이리저리 깊이 헤아려서 생각했다는 표현입니다.  인간은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밀려오면 대부분 이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을 하지만,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 안에서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도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였습니다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길이나 방법을 찾지 않고 그분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고”(마태 1,24),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라고 응답하였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너무 불안하고 두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오늘 여러분과 함께 공동체 미사를 봉헌하지 못함도 매우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아주 많이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결정하게 된 이유는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급변하는 상황과 교우들의 접촉 사례 등을 모니터링하여 판단한 것입니다.   저는 이 결정으로 많이 불편하고 타본당 교우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기도 합니다노형 본당만이라는 이기주의로 비추어지는 것으로 인한 많은 비난의 화살도 감수해야 합니다이런 선택의 결과로 파생되는 비난은 제가 사목자로서 지고 가야 할 십자가이기에 두렵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내리는 사목자의 의도와 달리 교우들이 신앙 생활의 면죄부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이또한 저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생각일 뿐입니다. 저는 노형본당 교우들의 신앙심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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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우 여러분에게 당부를 드립니다. 우리는 대림 제4주일 공동체미사를 함께 봉헌하지 못하지만다른 어느 때보다 가정에서 온 가족이 함께 주님을 만나고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제시하여 드리는 주일미사의 대송을 가족들이 함께 정성스럽게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실천의 모습이 있을 때 우리 본당의 결정은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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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하고 확인 되지 않는 소식들을 옮기는 가짜뉴스의 중심에 서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혹 전하는 내용들이 사실이어도 행정기관과 교회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신앙인의 모습인 기도로 함께하고 침묵의 가치를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본당 결정이 옳은 판단처럼 표현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타본당 신자들에게 아주 나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 아침을 여러분과 함께 이 기도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마리아의 응답에서 시작하여그의 아드님 예수님께서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하신 기도를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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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마지막 주일에 여러분 가정에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노형본당 모든 가정을 + 축복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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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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